일상다반사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Squid Game) 시즌1

산골물 2021. 9. 25. 12:18

1년에 보는 영화가 몇 편 안 될 만큼 영화에 문외한이라고 할 제가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관람했다. 큰아들이 '아버지 어렸을 때 오징어게임이라는 놀이를 많이 했었나요?' 라는 질문을 받고 무심코 '글쎄 처음 듣는 놀이인데...' 라고 대답하고 지나쳤는데 인터넷 뉴스를 보는 도중에 '오징어게임'이 요즘 핫하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블로그 글감을 찾느라 혹사하고 있는 뇌를 식힐 겸해서 넷플릭스에 들어가 관람하게 되었다.

 

1.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다음과 같은 나래이션으로 시작된다.

 

우리 동네에선 그 놀이를 오징어라고 불렀다.
마치 오징어를 닮은 그림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공격과 수비 두 편으로 나뉜다.
게임이 시작되면 선 안의 수비자는 두 발로, 선 밖의 공격자는 깽깽이 발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공격자가 기회를 노려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지르면
두 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암행어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린 그걸 암행어사라고 불렀다.
최후의 전투를 할 준비가 되면 공격자들은 오징어 그림의 입구로 모인다.
승리하기 위해선 공격자는 오징어 머리 위의 작은 선 안을 발로 찍어야 한다.
이때 수비자에 밀려 선을 밟거나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
그래, 죽는다.
결승점을 밟으면 만세라고 외친다.

아이들이 오징어게임하며 놀고 있다(화면 캡처)

 

공고를 나와 자동차 회사에 다니던 성기훈(이정재 분)은 회사의 운영난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한다. 치킨집, 분식집 등을 하다 실패하고, 큰 빚을 지고, 이혼당하고, 딸도 뺏긴 채, 대리 기사로 일하면서 시장에서 행상하는 노모에게 얹혀살고 있다.

 

기훈은 딸의 생일날에 노모의 신용카드를 훔쳐 현금 50만 원을 인출하여 경마장에 간다. 운 좋게 당첨되어 451만 원을 딴다. 들떠서 딸(가영)에게 호기롭게 전화를 걸어 저녁 7시에 만나 맛난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있는데 저만치서 사채업자들이 기훈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기훈은 달아난다. 도중에 젊은 여자와 부딪혀 넘어진다. 좀 전에 딴 돈을 몽땅 소매치기당한다. 사채업자에게 잡혀 구타당하고 신체포기각서에 지장을 찍게 된다. 가영을 만나 멋진 음식 대신에 떡볶이를 사주고 헤어진다.

 

가영이와 헤어진 기훈이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신사(공유 분)가 접근하여 게임을 제안한다. 한 판에 10만 원 걸고 딱지치기를 하자는 것이다. 낼 돈이 없으면 따귀 한 대를 맞으면 된다. 기훈은 따귀를 수도 없이 맞았지만 두둑이 돈을 챙겼다. 신사는 기훈에게 이런 거 며칠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기훈이 거절하자 신사는 기훈의 과거를 낱낱이 열거한다. 놀라는 기훈에게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생각나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네주고는 전철을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신사의 가방 속 딱지와 돈

 

그날 저녁에 노모(김영옥 분)가 기훈에게 말한다. 가영이가 내년에 미국으로 이사를 간다더라, 아빠가 경제적 능력이 되면 딸을 되찾아 올 수도 있다더라.... 기훈은 잠자리에서 뒤척이며 핸드폰에 저장된 가영의 사진을 보다가 아까 받은 명함을 꺼내 그 안에 새겨진 번호로 전화를 건다.

 

어두운 밤, 큰 길가에서 서성이고 있는 기훈 앞에 봉고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앞 유리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이름과 암호를 확인한다. 기훈이 암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대자 차의 뒷문이 스르르 열린다. 기훈은 차에 몸을 싣는다. 차 안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기훈이 뭐라고 묻는 사이에 어떤 액체가 분사되고 기훈은 정신을 잃는다.

 

기훈이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강당 안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옷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혀져 있고 가슴에는 456이라고 새겨진 번호표가 붙어있다. 강당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강당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전광판에는 '참가인원 456명'이라고 적혀 있다.

 

기훈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서 기훈과 비슷한 경로를 통해 이곳에 이른 인간이 456명이다. 

이제 이 456명의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인간들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앞으로 6일간 6개의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456억 원이라는 상상도 못 할 거액의 상금을 걸고 벌이는 죽음의 게임을!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다.

1. 참가자는 임의로 게임을 중단할 수 없다.
2. 게임을 거부하면 탈락자로 처리된다.
3.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게임의 종류는 비밀이다. 미리 대비할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첫 게임하러 출구로 나가는 참가자들(화면 캡처)

 

게임은 첫 번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째 설탕뽑기, 세 번째 줄다리기, 네 번째 구슬치기, 다섯 번째 징검다리 건너기, 여섯 번째 오징어게임 순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게임에서 탈락자가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 첫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탈락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그 죽음은 대량 학살에 다름 아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화면 캡처)

 

이곳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game 이라는 영어식 명칭이 사용되기 이전에는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동무들과 울고 웃으며 즐겼던 '놀이'들이다. 놀이를 통해 희로애락을 배웠고, 우정을 배웠고, 투지도 배웠다. 그 놀이가 이제는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죽음의 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상대가 죽마고우이든, 원수이든, 심지어 사랑하는 배우자이든 상관이 없다.

 

참가자들은 이 끔찍한 게임에 진저리 친다. 그들에겐 투표를 통해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노리는 건 오직 하나, 이다. 그 돈이면 현실 세계에 돌아가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인생의 게임 체인처, 돈을 위해 수만 분 1이라는 확률에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 합종연횡, 전략적 제휴, 배신이 난무한다.

 

참가자들이 거액의 상금이 든 황금돼지 저금통을 바라본다(화면 캡처)

 

이곳에서 죽음은 일상이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듯.

놀이에서 승자는 의기양양하고 패자는 시무룩하여 다음 기회를 다짐하지만, 이곳에서 승자는 다음 게임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긴장하고 패자는 패인을 분석할 여유도 없이 즉사한다. 운이 없으면 게임에 탈락하여 죽고, 힘이 없으면 다른 참가자에게 맞아 죽는다. 인생의 절대적 종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게임이 거듭될 때마다 탈락자는 늘어만 가고, 마지막 게임에는 두 명만 남게 된다. 그 둘이서 오징어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을 통해서 최후의 1인은 기훈으로 결정되고, 상금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그 최후의 1인은 만족하지 못한다. 왜일까?

 

기훈이 최종 승리 후 오열한다(화면 캡처)

 

관객(나)은 456명과 함께 게임에 참가한다. 참가자 개개인의 사연에 공감하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살인에 대해 분노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본다. 최후의 1인이 자신이기를 바라며.

 

긴 드라마는 끝이 났고 관객에게 남겨진 것은 거액의 상금이 아닌 허무뿐이다. 

 

2. 기본 정보

감독 : 황동혁 

출연 : 이정재, 박해수, 위하준, 오영수, 정호연, 하성태, 김주령, 트리파티 아누팜, 유성주, 이유미

장르 : 한국 드라마, TV 프로그램·스릴러, TV 드라마

 

3. 영화의 구성

오징어게임 시즌1은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총 상영시간은 485분(8시간 50분)이다.

 

제1회 무궁화 꽃이 피던 날(59분)

제2회 지옥(62분)

제3회 우산을 쓴 남자(54분)

제4회 쫄려도 편먹기(54분)

제5회 평등한 세상(51분)

제6회 깐부(61분)

제7회 VIPS(57분)

제8회 프론트맨(32분)

제9회 운수 좋은 날(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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